본문 바로가기

Oasis

오아시스보다 자유로운 로큰롤, 비디 아이(Beady Eye)의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



Beady Eye -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 (2011)
01 Four Letter Word (Andy Bell)
02 Millionaire (Andy Bell)
03 The Roller (Gem Archer)
04 Beatles and Stones (Liam Gallagher)
05 Wind Up Dream (Gem Archer)
06 Bring The Light (Liam Gallagher)
07 For Anyone (Liam Gallagher)
08 Kill For A Dream (Andy Bell)
09 Standing On The Edge Of The Noise (Gem Archer)
10 Wigwam (Liam Gallagher)
11 Three Ring Circus (Gem Archer)
12 The Beat Goes On (Andy Bell)
13 The Morning Son (Liam Gallagher)



비디 아이? 노엘 갤러거 빠진 오아시스! 
비디 아이(Beady Eye)는 낯설다. 반면에 오아시스(Oasis)는 너무 친숙하다. 오아시스라는 그 이름, 돌이켜볼수록 뜨겁기만 하다. 맨체스터의 노엘과 리암 갤러거, 피보다 눈썹이 진했던 형제의 기나긴 싸움은 지난 2009년, ‘오아시스 해체’라는 극약처방과 함께 종결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해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팬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오아시스 해체’라는 대형 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노엘 갤러거 탈퇴’라는 떠들썩한 소동정도로만 여기며 ‘지나친 긍정’을 이어가고 있다. 난 도도한 갤러거 형제의 변덕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오아시스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 감히 확신하며,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가 테이크 댓(Take That)에 다시 합류했던 것보다는 훨씬 짧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언까지 해본다. 만약 이 예언이 틀리게 된다면, 깊이 반성하는 의미로 고릴라즈(Gorillaz)의 전작을 CD로 구입하겠다. 참고로 리암 갤러거는 2002년에 이런 어록을 남겼다. “Gorillaz는 말도 안되는 쓰레기야.”

노엘 갤러거 빠진 오아시스? 사실 ‘Morning Glory' 시절만 해도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오아시스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Dig Out Your Soul’ 이후 2년 반 만에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을 만나게 되었다. 비디 아이를 가장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노엘 갤러거 빠진 오아시스’인 시점에서, 팬들의 환호와 원망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팬들의 기대치는 다소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이 오아시스의 데뷔작 ‘Definitely Maybe'만큼 좋거나 혹은 능가할 것이라는 리암 갤러거의 자신감 혹은 거만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결정적인 힌트가 하나 있기는 하다. 겉으로 애써 외면해도 본질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이름, 바로 ’오아시스‘다. 물론 오아시스의 여덟 번째 스튜디오 앨범 같은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오아시스를 통해 익숙했던 소리들이 태연하게 재생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팬들을 안심시키겠지만, 음악적으로는 만족과 실망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오아시스를 계속 들어왔던 팬들에게서 만장일치의 호평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오아시스보다 더 자유롭고 의기양양한 비디 아이의 로큰롤
비디 아이를 리암 갤러거의 밴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착각이다. 새로운 밴드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며 안정적이다. 후기 오아시스가 밴드로 안정감을 보여준 것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음악적, 정신적으로 많은 조언을 했던 앤디 벨(Andy Bell)과 노엘과 리암에게 안정과 용기를 선사했던 겜 아처(Gem Archer)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연주 활동에 충실했던 드러머 크리스 샤록(Chris Sharrock)까지 비디 아이의 멤버다. 앨범은 리암과 앤디, 겜의 자작곡들이 고른 분포로 수록되어 있다. 누구의 곡인지를 맞히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도 흥미로우며, 다수의 곡을 공동작업 했을 것이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굉장히 빠르고 간결한 녹음과정을 거쳤고, 고민보다는 행동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만약에 오아시스였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과정이다. 시기적으로 오아시스와 맞물리는 곡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Live Forever’나 ‘Wonderwall’, ‘Falling Down’ 같은 곡은 없다. 오아시스 시절과는 다른 의기양양한 로큰롤 앨범을 완성해낸 것이다.  

앨범은 시작부터 정제되지 않은 로큰롤 ‘Four Letter Word'를 터뜨린다. 이 곡은 오아시스 의 ‘The Hindu Times' 같은 느낌이면서 동시에 ’Rock 'N' Roll Star'를 라이브로 감상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오아시스 시절과 비교한다면 B-Side곡들과 더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예상한 비디 아이 음악 스타일과 일치하지만, 속도감과 공격성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특히 리암의 보이스는 라이브에 가깝다. 2011년 5월 15일로 비디 아이의 내한공연이 확정된 상태인데, 국내 팬들의 열광을 끌어내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곡이다. 공연보다 더 화려했던 팬들의 현수막이 벌써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비디 아이의 라이브에서 오아시스 곡은 연주되지 않을 예정이다.

앨범 발매에 앞서 가장 먼저 공개했던 곡은 ‘Bring The Light’이다. 리암 갤러거는 그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비디 아이는 무료 다운로드라는 대범한 선택을 했다. 당연하게도 팬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피아노가 주도권을 잡은 다소 평범하고 식상한 로큰롤이라니, 젊은 팬들이 약간 실망했을 법도 하다. 많은 이들이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와의 유사성도 언급했는데, 그만큼 자유분방하고 단조로운 로큰롤임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모든 곡이 이런 분위기였다면, 앨범을 사기 싫었을 것 같기도 하다. ‘Beatles and Stones’는 제목부터가 조금 유치하다고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를 향한 노골적인 애정공세는 좋지만, 그것을 제목과 가사로 써먹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곡 역시도 시대를 역행한 로큰롤을 선사하는데, 간결하면서도 멋스럽게 질주한다. 단번에 기억할 수 있을 제목과 코러스, 은근히 재미 붙이면 후에 ‘Blur and Radiohead'라도 만드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근사한 빈티지 자동차를 운전하는 리암을 상상하면 좋을 곡이다. 비틀즈와 스톤즈를 느끼기에 더 좋은 곡은 슬라이드 기타가 등장하는 ’Wind Up Dream‘으로, 1960년대 후반의 느낌이다. 비틀즈의 ’Glass Onion‘ 같은 초반부를 지나 중, 후반부에는 롤링 스톤즈 같은 사운드가 더해진다.  

실질적인 비디 아이의 데뷔 싱글은 ‘The Roller’로 시작부터 존 레논(John Lennon)을 연상시킨다.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와 레논의 ‘Instant Karma’, ‘Nobody Told Me’의 느낌을 오묘하게 섞어 근사한 로큰롤을 완성했다. 선 공개된 곡들에 다소 실망했던 기존 팬들도 쉽사리 외면하기 힘든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아시스의 ‘Layla'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짜릿하고 흐뭇한‘ 느낌이었다. 가장 세련된 느낌의 록을 선사하는 ’Three Ring Circus‘도 인상적이다. 제법 요란한 글램 록 ’Standing On The Edge Of Noise‘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내심 비디 아이를 통해 기대했던 ’덜 세련되고 더 거친‘ 사운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40세가 코앞이지만 여전히 직설적이고 피 끓는 로큰롤 스타, 그것이 리암 갤러거다. 물론 과거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말이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지난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팬들은 무려 ’Sweet Liam‘이라는 호칭까지 붙여줬다.



로큰롤과 공존하는 몽환과 서정
비디 아이의 데뷔 앨범이 AC/DC처럼 요란한 로큰롤만 넘치는 것은 아니다. 오아시스 시절 못지않게 서정적이며 몽환적인 곡들도 많다. ‘Wigwam’은 달콤한 환각을 선사하는 6분대의 긴 곡으로,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엔딩으로 쓰이기도 했던 비틀즈의 ‘Baby You're A Rich Man'을 연상시킨다. 리암 갤러거의 작품 중 가장 좋은 흐름을 지닌 곡이다. ‘Millionaire’는 강렬하지 않지만 흥겹다. 귀여운 비트가 사랑스럽고, 약간은 옹알거리는 느낌의 리암 목소리가 의외다. 컨트리 록 같기도 한 노래를 다정하게 불러주는 리암이라니, 남자가 들어도 가슴이 녹는다. ‘For Anyone’은 한술 더 뜬 ‘예쁘고 다정한 멜로디’에 ‘경쾌한 비트’를 실었다. 많은 팬들이 오아시스 시절의 ‘Songbird'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리암은 ’2분대의 예쁜 노래‘를 만들어내는 것에 은근히 소질이 있는 것 같다.

’The Beat Goes On‘은 반드시 싱글로 발매해야할 것 같은 곡이다. 뻔뻔하게 멜로디 하나만으로 단번에 청자를 사로잡을 ’달콤한 꿈‘ 같은 팝송이다. 노골적으로 비틀즈를 연상시키면서 가끔은 한수 위의 멜로디를 선사하기도 했던 1970년대 그룹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크게 유명하진 않았지만 하나의 예로 초기 클라투(Klaatu) 같은 그룹) 특히 은은하게 깔린 멜로트론이 몹시 아름답다. ’Kill For A Dream‘ 역시 클래시컬한 발라드로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차분한 흐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타 솔로가 아주 마음에 든다. 마지막 곡으로 수록된 ’The Morning Son‘은 리암 갤러거의 사색적인 발라드다. 내심 오아시스의 ’All Around The World'가 떠오르기도 했던 곡으로, 훌륭한 구성과 클라이맥스를 지녔다. 후에 투어 에디션이나 리패키지 같은 형식으로 공개될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하지만, 배 아픈 소식을 하나 전하자면 iTunes 보너스 트랙으로는 ‘Man Of Misery'와 ’Sons Of The Stage'가, 일본반 보너스 트랙으로는 ’Sons Of The Stage'와 ‘World Outside My Room’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커버곡임에도 ‘Sons Of The Stage’의 존재감이 빛난다. 이미 자국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자리 잡았다. 의외의 아기자기함을 선사하는 ‘World Outside My Room’도 흥미롭다.

열흘정도 앨범을 듣다보니 비디 아이를 오아시스와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와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를 비교했던 때가 낫다. 우리는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을 통해 노엘 갤러거의 부재를 의식하는 것이 아닌, 비디 아이의 새 출발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간에 말이다.

대단한 명작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이나 과거의 명성을 유지하겠다는 포부 따위는 크게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이 더 반갑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기분, 어쩌면 극히 개인적인 희열인지도 모르겠다.


디지팩으로 발매된 'Special Limited Edition' 수입 CD (DVD 포함)


코멘터리와 사진을 보여주는 'Rak Them Out'


DVD에는 'Bring The Light', 'Four Letter Word', 'Sons Of The Stage'의 비디오 수록

개인적인 베스트 곡 5
The Roller
Standing On The Edge Of The Noise
Wigwam
The Beat Goes On
The Morning Son

Beady Eye의 3월 런던, 맨체스터, 스코틀랜드 공연 Setlist
01 Four Letter Word
02 Beatles and Stones
03 Millionaire
04 For Anyone
05 The Roller
06 Wind Up Dream
07 Bring the Light
08 Standing on the Edge of the Noise
09 Kill For A Dream
10 Three Ring Circus
11 Man of Misery
12 The Beat Goes On
13 The Morning Son
Encore
14 Sons of the Stage

정규 앨범 곡 중 'Wigwam'만이 유일하게 연주되지 않으며, Setlist의 시기는 2011년 3월 3일부터 10일까지의 공연으로 연주된 순서까지 모두 동일하다.


모 음반 매장에서 찍은 비디 아이 광고판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http://whitequee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