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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노라 존스(Norah Jones)의 피처링 컬렉션 '...Featuring'


성큼 다가온 겨울과 맞물려 5년 전 이맘때를 회상하게 된다. 2005년 12월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제서야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관람하고 감탄하며 사운드트랙까지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운드트랙을 통해 노라 존스(Norah Jones)의 ‘Turn Me On’을 처음 만났다. 그저 편안하게 귀에 쏙 들어오는 팝송들과 달리 더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 멜로디와 보이스가 마치 귀에 흡수되는 것 같은 밀착감에 홀딱 반해버렸다. 곧이어 음반매장 재즈 코너에 진열된 그녀의 시디를 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Turn Me On’이 수록된 데뷔작은 이미 미국에서만 천만 장도 넘게 팔린 상태였으니, 조금은 느지막이 인연을 맺은 셈이다.

마치 첫사랑을 추억하듯 5년 전을 회상하게 된 것은 ‘그래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재즈, 그리고 블루 노트 레이블을 엮어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이제는 별로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센세이셔널한 데뷔작 ‘Come Away With Me’의 거대했던 파장도 잠잠해졌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그게 벌써 8년 전이라는 사실이다.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목소리로 꾸준히, 그리고 따뜻하게 우리 감성을 노크했던 그녀도 어느덧 30대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다양한 활동들을 정리한 일관적이고 훈훈한 컴필레이션
타이틀만 보고 올해 발매된 슬래쉬(Slash)나 산타나(Santana)의 앨범처럼 호화로운 피처링을 전면에 내세운 신작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앨범 ‘…Featuring’은 어쩌면 신작보다도 더 흥미로울 수 있을, 정규 앨범에서 만날 수 없는 곡 위주의 피처링 컴필레이션이다. 노라 존스는 다양한 뮤지션들을 초대하거나 혹은 초대 손님이 되어 호흡을 맞춰왔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 셈이다.

장르도 다양하여 재즈와 록, 컨트리, 심지어 힙합까지 아우르며 협연을 했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레이 찰스(Ray Charles), 윌리 넬슨(Willie Nelson) 같은 거장에서부터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 라이언 아담스(Ryan Adams)는 물론 아웃캐스트(Outkast)와 사샤 돕슨(Sasha Dodson)의 이름도 보인다. 놀라운 것은 장르도 성향도 각기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연임에도 매우 일관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훈훈하여 시즌 앨범으로도 손색이 없다. 설령 그녀의 노래들을 많이 알지 못해도 결코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선물은 그녀의 목소리
앨범을 플레이 시키면 가장 먼저 리듬 앤 블루스의 우아한 느낌이 전달되는 ‘Love Me’가 흐른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이 곡은 그녀의 주도하에 결성된 그룹 리틀 윌리스(The Little Willies)의 2006년 앨범에 수록된 버전이다. 엘 매드모(El Madmo) 또한 그녀가 참여한 인디 성향의 록 그룹으로, 2008년 앨범에 수록된 ‘The Best Part’를 선택했다. 약간은 몽환적인 곡이다. 그녀의 골수 팬이라면 낯설지 않을, 그녀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곡은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는 팬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션 본즈(Sean Bones)와의 ‘Turn Them’이나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과의 ‘Little Lou, Ugly Jack, Prophet John’ 등 인디 뮤지션과의 협연은 특유의 소박함에 특별한 낭만이 더해진다. 이 곡들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라이언 아담스(Ryan Adams)와 함께한 ‘Dear John’ 또한 이상적인 협연으로 손꼽을만하다. 록 그룹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이름은 의외일 수도 있지만, ‘Virginia Moon’은 격렬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곡 이상으로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어쿠스틱 넘버다. 사샤 돕슨(Sasha Dodson)과 함께한 ‘Bull Rider’는 듀엣 곡 형식의 화사한 컨트리 팝이며, 뉴올리언스의 브라스 밴드와 함께한 ‘Ruler Of My Heart’는 노라 존스의 데뷔 시절을 절로 회상하게 한다. 한편 재즈 콰르텟 찰리 헌터(Charlie Hunter Quartet)의 2001년 앨범에 수록된 록시 뮤직(Roxy Music)의 히트곡 ‘More Than This’는 그녀가 데뷔 앨범을 공개하기 이전의 레코딩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앨범 중반부에는 굵직한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한 곡들이 실려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초월해 다양한 음악성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아웃캐스트(Outkast)와의 작업 ‘Take Off Your Cool’을 비롯, East Coast Rap을 구사하는 큐 팁(Q-Tip), 그리고 탈립 콸리Talib Kweli)가 함께한 ‘Life Is Better’와 ‘Soon The New Day’를 통해 힙합에서는 훨씬 보편적인 피처링의 진수를 선사하게 된다. 언젠가는 힙합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중심으로 한 파격적 컨셉트의 앨범을 발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녀는 거장들과의 작업에서도 경직되지 않고 부드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윌리 넬슨(Willie Nelson)과 함께한 ‘Baby It's Cold Outside’는 재즈와 팝, 컨트리의 영역을 넘나들며 다정하게 소통한다. 특히 겨울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곡이다. 레이 찰스(Ray Charles)의 유작에 담긴 ‘Here We Go Again’에서는 오히려 레이를 편안하게 이끄는 듯 하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조니 미첼(Joni Mitchell)에 바치는 오마주 ‘River: The Joni Letters’에 수록한 ‘Court & Spark’는 허비 특유의 해석과 감성 재연에 더해 탁월한 보이스로 아름답게 서포팅한다. 18곡이라는 적지 않은 곡을 수록하여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만나는 느낌이지만, 최고의 선물은 역시 ‘그녀의 목소리’다. 그 안에서는 장르도, 명성도 모두 사르르 녹아버린다. 음악적 완성도를 따지기에 앞서 그녀의 목소리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가장 큰 축복이 될, 흥미롭고도 편안한 앨범이다. 여담이지만 소소하게 꾸며진 작은 카페의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겨울을 수놓을 또 하나의 멋진 음악 선물이다.

<…Featuring> 앨범과 연관된 인상적인 3장의 앨범

 Ray Charels – Genius Loves Company (2004)
레이 찰스의 듀엣 앨범이며 유작이고,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이 되었다. 대단한 역작이기 보다는 마지막이기에 가능한 깊고도 짙은 감동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윌리 넬슨과 엘튼 존, 비비 킹도 이 앨범에 참여했다.

 Foo Fighters – In Your Honor (2005)
노라 존스와 연관 짓기에는 너무 센 앨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푸 파이터스 최대의 야심작이며 하드한 록과 부드러운 어쿠스틱을 나눈 최초의 더블 앨범으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앨범에는 노라 존스 외에도 데이브의 우상 존 폴 존스(레드 제플린)가 게스트로 참여, 그를 충분히 흥분시켰다.

 Herbie Hancock - River: The Joni Letters (2007)
유독 조니 미첼을 사랑해서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허비 행콕 최고의 앨범이기도 하다. 코린 베일리 래의 ‘River’도 좋지만 조니 미첼이 직접 참여한 ‘The Tea Leaf Prophecy (Lay Down Your Arms)’와 레너드 코헨이 참여한 ‘The Jungle Line’은 내 가슴을 몹시도 뛰게 만들었다. 앨범은 예상을 깨고 제 5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Album Of The Year’를 수상하기도 했다.

<…Featuring> 앨범 추천곡
Virginia Moon (Feat. Norah Jones) - Foo Fighters
Life Is Better (Feat. Norah Jones) - Q-Tip
Baby It`s Cold Outside (Feat. Norah Jones) - Willie Nelson
Bull Rider (Feat. Sasha Dobson) - Norah Jones 
11 Little Lou, Prophet Jack, Ugly John (Feat. Norah Jones) - Belle & Sebastian


본 리뷰는 제가 싸이월드 뮤직 (Cyworld BGM) 스페셜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저는 이주의 앨범으로 노라 존스의 피처링 앨범을 선정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과도 잘 어울리는 앨범입니다.  

개편된 싸이 BGM 스페셜 섹션에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뮤지션 이한철, 정지찬, 작가 이미나 등 유명한 분들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이 연재되고 있으니 여러모로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저 또한 이주의 앨범과 뮤직에센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체가 웹이다보니 보통은 기사가 실린 이미지를 캡쳐하여 올립니다. 싸이월드 뮤직 페이지에서 많이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칼럼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참고로 2010년 11월 셋째 주 이주의 앨범이었습니다.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http://whitequee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