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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퀸(Queen)의 'A Night At The Odeon - Hammersmith 1975' 해설지

'Bohemian Rhapsody'를 발표한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환상적인 공연
QUEEN A Night At The Odeon - Hammersmith 1975


01 Now I'm Here
02 Ogre Battle
03 White Queen (As It Began)
04 Bohemian Rhapsody
05 Killer Queen
06 The March Of The Black Queen
07 Bohemian Rhapsody (Reprise)
08 Bring Back That Leroy Brown
09 Brighton Rock
10 Guitar Solo
11 Son And Daughter
12 Keep Yourself Alive
13 Liar
14 In The Lap Of The Gods... Revisited
15 Big Spender
16 Jailhouse Rock Medley (Medley)
17 Seven Seas Of Rhye
18 See What A Fool I've Been
19 God Save The Queen
Recorded live at the Hammersmith Odeon, 24th December 1975

퀸은 1975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Bohemian Rhapsody’가 있었다. 10월 31일에 공개한 이 싱글은 퀸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관습과 질서를 모두 파괴한 파격적인 노래를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음악계 관계자와 동료, 멤버들이 보낸 우려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뚝심은 6분짜리 싱글을 1개월 만에 영국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그것도 무려 9주 동안이나. 어디 그뿐인가. 지금까지 영국에서 240만 장 이상 팔리며 엘튼 존(Elton John)의 'Candle In The Wind 1997', 밴드 에이드(Band Aid)의 'Do They Know It 's Christmas?'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된 싱글이라는 기록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곡이 발표된 지 40년이 지난 2015년, 브라이언 메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라디오에서 ‘Bohemian Rhapsody’가 흐르면 볼륨을 높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40년간 이 노래를 들은 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고의 밴드로 올라선 순간의 기록
‘Queen invite you to A Night At The Opera’라는 타이틀로 11월 14일 리버풀 엠파이어 시어터에서 시작한 영국 투어는 약 한 달간 펼쳐졌다. 6일간 쉬지 않고 공연을 했던 적도 있는 강행군이었지만, 분위기는 지난 투어보다 더 좋았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성공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11월 21일 네 번째 앨범 [A Night At The Opera]를 발표했을 때 싱글 ‘Bohemian Rhapsody’는 퀸에게 처음으로 영국 차트 1위를 안겼다. 복잡했던 계약 문제를 해결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여 완성한 앨범 [A Night At The Opera]는 연말에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퀸 열풍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향했다.

  퀸은 1975년 영국 투어를 마무리할 장소로 런던의 해머스미스 오데온을 낙점했다. 공연일은 크리스마스이브로 밴드의 성공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모두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축제였던 공연은 이렇게 [A Night At The Odeon - Hammersmith 1975]라는 실황 앨범으로 40년 만에 공개되었다.

  약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던 해머스미스 오데온은 비틀즈(The Beatles), 모트 더 후플(Mott The Hoople),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엘튼 존(Elton John)이 공연을 펼쳤던 장소다. 학업을 병행하며 영국의 작은 클럽들에서 공연했던 퀸의 성장세는 눈부셨다. 이제 겨우 데뷔 3년차를 맞은 밴드였으나 런던의 얼스코트 아레나,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 최고의 밴드들이 연주하는 곳에서 공연을 펼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공연은 BBC 라디오 1과 BBC2의 TV 쇼에서 동시에 생중계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당시 영국에서 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쉽게도 정식 발매가 이뤄지지 않았던 본 공연은 라디오, TV에서 여러 차례 재방송되었다. 또한, 부틀렉 시장에서는 ‘X-Mas 1975’, ‘Rhapsody In Red’, ‘A Very Special Christmas’, ‘Christmas Eve At Hammersmith’ 등 수십 개의 타이틀로 발매되었다. 퀸의 1970년대 공연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4집 투어는 ‘Bohemian Rhapsody’ 오페라 파트를 스튜디오 버전으로 틀어주면서 시작했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퀸은 ‘Bohemian Rhapsody’ 하드록 파트와 ‘Ogre Battle’을 연이어 연주하는 강렬한 오프닝을 선사했다. 하지만 본 공연은 오프닝과 셋리스트가 모두 달랐다. 투어와 페스티벌 셋리스트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공연은 방송에 맞게 시간을 축소하면서 몇 곡이 빠졌고, 시디 한 장에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분량이 되었다.

  TV 쇼 프로그램 사회를 맡은 밥 해리스(Bob Harris)의 소개로 등장한 퀸은 4집 투어에서 후반부에 연주했던 ‘Now I'm Here’를 오프닝으로 선택했다. 지난 투어보다 더 강렬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본 공연 버전은 2011년 유니버설에서 재발매한 3집 [Sheer Heart Attack] 보너스 시디에도 수록되었다. 2011년 [Queen II] 아이튠즈 에디션에서 영상이 공개된 ‘Ogre Battle’은 뛰어난 사운드 믹싱으로 부틀렉과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함에 생생한 현장감까지 더해졌다. 공연 초반부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프레디는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인사로 화답하며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본 앨범 발매에 앞서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한 ‘White Queen’은 라이브에서 쉽게 소화하기 힘든 섬세한 곡이다. 이 공연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브라이언의 솔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프레디의 피아노 연주다.

  가장 흥미로운 파트는 역시 4집 투어에서만 들을 수 있던 메들리인 ‘Bohemian Rhapsody’, ‘Killer Queen’, ‘The March Of The Black Queen’, ‘Bohemian Rhapsody (Reprise)’다. 당시 무대에서 연주할 수 없다고 생각한 ‘Bohemian Rhapsody’를 두고 고심했던 퀸은 메들리로 몇 소절만 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중반부에 레코드를 틀고 전체를 연주하는 것은 다음 투어인 1977년 1월 공연부터 시작했다.) 참고로 [A Night At The Opera] 앨범에서 ‘Bohemian Rhapsody’만 연주한 이유는 본 공연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곡을 연주하고자 했던 퀸은 ‘Sweet Lady’, ‘The Prophet's Song’ 등 연주 시간이 긴 신곡을 셋리스트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Brighton Rock’, ‘Guitar Solo’, ‘Son And Daughter’로 이어지는 메들리는 다른 공연에 비해 연주시간이 짧아 전개가 더 매끄럽다. 프레디가 시작부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Keep Yourself Alive’는 중반부에 들을 수 있는 로저 테일러의 드럼 솔로가 인상적이다.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 중 일부는 희귀 라이브 영상을 모은 [Rare Live](1989)에 수록되기도 했다.

  멤버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9분 가깝게 연주한 ‘Liar’는 정식 발매에 걸맞은 사운드를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완벽을 추구하는 신들린 연주는 공연 영상을 함께 보면 더 놀라울 것이다. 퀸은 다음 투어에서도 이 곡을 풀 버전으로 연주했지만, 본 공연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무난하게 흐르는 ‘In The Lap Of The Gods... Revisited’는 라이브로 들으면 더 감동적이다. 이 곡의 연주를 마친 퀸이 무대에서 퇴장한 뒤 들리는 관객들의 끝없는 박수와 환호는 페이드아웃 되지 않고 퀸의 다시 무대에 오를 때까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넨 로저가 “우리는 로큰롤을 하겠다”고 외치며 시작하는 ‘Big Spender’, ‘Jailhouse Rock (Medley)’에서 퀸은 축제에 어울리는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각자 개성을 살린 의상과 프레디의 퍼포먼스는 당시로선 꽤 파격적이었다. ‘Jailhouse Rock (Medley)’에는 고전 로큰롤인 ‘Stupid Cupid’, ‘Be-Bop-A-Lula’, ‘Shake, Rattle And Roll’도 포함되었으며 중간에 프레디가 관객들에게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외치자 환호와 합창은 더 커진다.

  TV 쇼는 ‘Jailhouse Rock’을 끝으로 촬영을 종료하여 두 번째 앙코르인 ‘Seven Seas Of Rhye’, ‘See What A Fool I 've Been’ 영상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오디오 녹음은 계속되어 앨범에서는 모든 곡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프레디는 지친 기색 없이 하이톤으로 히트곡 ‘Seven Seas Of Rhye’를 열창하는데, 이 곡을 풀 버전으로 연주하는 것은 본 투어가 마지막이라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초기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비사이드 트랙 ‘See What A Fool I’ve Been’의 보컬과 연주도 매우 훌륭하다. 곡이 끝날 무렵 프레디는 “Merry Christmas Everybody!”라는 인사를 건네며 곡을 마무리한다. 그해 가장 뜨거웠던 크리스마스 파티는 모두 ‘God Save The Queen’을 합창하며 막을 내린다.

  ‘Bohemian Rhapsody’로 영국에서 4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퀸은 본 공연으로 인기가 더 급상승하며 큰 힘을 얻게 되었다.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물론 라디오, TV로 공연을 시청한 사람들마저 홀렸던 퀸은 몇 년 뒤 세계가 열광하는 최고의 밴드로 성장했다. 이제 막 정상에 오른 퀸을 만날 수 있는 [A Night At The Odeon - Hammersmith 1975]는 지난해에 발매된 [Live At The Rainbow ‘74]와 더불어 ‘반드시 들어봐야 할 퀸의 라이브 앨범’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이 앨범을 들으며 오랫동안 한눈팔지 않고 퀸을 좋아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팬들은 벌써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다. 1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1976년 런던 하이드 파크 공연은 아주 ‘유력한 후보’다.

[A Night At The Opera] 투어에서 연주한 곡들
Procession (Queen II)
Ogre Battle (Queen II)
Father To Son (Queen II)
Sweet Lady (A Night At The Opera)
White Queen (As It Began) (Queen II)
Flick Of The Wrist (Sheer Heart Attack)
Bohemian Rhapsody (A Night At The Opera)
Killer Queen (Sheer Heart Attack)
The March Of The Black Queen (Queen II)
Bring Back That Leroy Brown (Sheer Heart Attack)
Brighton Rock (Sheer Heart Attack)
Son And Daughter (Queen)
The Prophet's Song (A Night At The Opera)
Death On Two Legs (A Night At The Opera)
Stone Cold Crazy (Sheer Heart Attack)
Doing All Right (Queen)
Lazing On A Sunday Afternoon (A Night At The Opera)
Keep Yourself Alive (Queen)
Modern Times Rock ’n’ Roll (Queen)
Liar (Queen)
In The Lap Of The Gods... Revisited (Sheer Heart Attack)
Now I'm Here (Sheer Heart Attack)
Big Spender (Cy Coleman Cover)
Jailhouse Rock (Elvis Presley Cover)
Be Bop A Lula (Medley) (Gene Vincent & His Blue Caps Cover)
Stupid Cupid (Connie Francis Cover)
Shake, Rattle And Roll (Big Joe Turner & His Blues Kings Cover)
Hangman (Unreleased Song)
Seven Seas Of Rhye (Queen II)
See What A Fool I’ve Been (B-Side, Queen II 2011 Universal Reissue Bonus Disc)
God Save The Queen (A Night At The Opera)

글. 윤태호 (B.Goode Magazine Contributor)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매한 CD 해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