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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에벌리 브라더스 커버 앨범, 그린 데이 빌리 조와 노라 존스의 'Foreverly'


01 Roving Gambler
02 Long Time Gone 
03 Lightning Express
04 Silver Haired Daddy Of Mine 
05 Down In The Willow Garden
06 Who's Gonna Shoe Your Pretty Little Feet?
07 Oh So Many Years 
08 Barbara Allen 
09 Rockin' Alone (In An Old Rockin' Chair)
10 I'm Here To Get My Baby Out Of Jail
11 Kentucky
12 Put My Little Shoes Away 

에벌리 브라더스에 빠진 빌리 조, 노라 존스를 만나다
그린 데이(Green Day)의 빌리 조 암스트롱(Billie Joe Armstrong)과 노라 존스(Norah Jones)가 만났다.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조합이다. 어릴 적부터 에벌리 브라더스(The Everly Brothers)의 팬이었던 빌리는 몇 년 전 그들의 2집 [Songs Our Daddy Taught Us]를 알게 되었고, 매일같이 이 앨범을 들으며 리메이크를 결심했다.

1958년 작품인 [Songs Our Daddy Taught Us]는 ‘Bye Bye Love’, ‘Wake Up Little Susie’ 같은 히트곡이 수록된 데뷔 앨범만큼 유명하진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남성 듀오인 에벌리 브라더스의 하모니는 여성 싱어와의 작업을 통해 색다르게 해석하고자 했다. 빌리는 그에 걸맞은 적임자로 록과 재즈, 블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노라 존스를 떠올렸다. 실제로 그녀는 재즈와 록은 물론 컨트리, 힙합까지 장르를 초월한 콜래보레이션을 펼쳤고, 리틀 윌리스(The Little Willies)와 엘 매드모(El Madmo)라는 밴드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에벌리 브라더스의 오랜 팬으로 밴드에서 ‘Bird Dog’을 커버했던 경험까지 있었다. 한마디로 완벽한 파트너였던 셈.

빌리는 10년 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만났지만 특별한 친분은 없었던 노라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뜻밖에도 빌리의 러브콜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노라를 섭외하는데 성공한 빌리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프로듀서 크리스 듀건(Chris Dugan)과 함께 뉴욕을 방문했다. 그렇게 시작된 앨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아 보였지만 순조롭게 진행됐다. 앨범은 노라와 활동했던 베이시스트 팀 런첼(Tim Luntzel), 드러머 댄 리저(Dan Rieser)가 합류하여 맨해튼의 매직 숍 스튜디오에서 5일만에 대부분의 곡을 완성했고, 9일만에 녹음을 끝마쳤다. 예전부터 컨트리와 보컬 하모니를 좋아했었다고 밝힌 노라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굉장히 즐겁고, 실험적인 시도였으며, 원곡처럼 심플하면서 좀 더 부드럽고 탄력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앨범 작업을 끝마쳤을 때, 노라는 저를 보며 이렇게 얘기했어요. 자신이 컨트리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녀의 재능은 놀라웠고, 저는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아주 좋은 경험이었죠.” 빌리 조

오리지널에 충실한 해석을 보여주는 따뜻한 앨범, Foreverly
[Foreverly]는 오리지널 앨범에 실린 12곡을 모두 수록하고 있지만, 순서는 조금 다르다. 앨범 발매에 앞서 디지털로 공개한 싱글 ‘Long Time Gone’은 피아노와 조니 캐쉬(Johnny Cash)가 연상되는 기타가 어우러진 곡으로 보컬 하모니가 돋보인다. 1958년으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예스러운 뮤직비디오는 11월 13일에 공개했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11월 18일에 흑백 영상으로 채워진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Silver Haired Daddy Of Mine’은 현대적인 컨트리 록을 지향한다. 포근한 ‘Long Time Gone’과는 다른 흥겨운 분위기지만, 두 곡 모두 겨울과 잘 어울린다.

하모니카를 가미해 분위기를 띄운 심플한 톱 트랙 ‘Roving Gambler’는 거의 완벽하게 원곡의 톤과 하모니를 재현했다. 하모니카는 앨범에서 바이올린과 만돌린을 연주한 찰리 번햄(Charlie Burnham)이 맡았다. 느리게 전개되는 ‘Lightning Express’는 기타 중심의 전통적인 포크송이다. 섬세한 보컬과 블루지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Down In The Willow Garden’은 찰리 먼로(Charlie Monroe)가 1947년에 녹음한 버전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아티스트가 리메이크하게 되었다. 분위기는 조금 어두운 편이다. 보컬 하모니의 장점을 살린 ‘Who’s Gonna Shoe Your Pretty Little Feet?’, 로커빌리 스타일로 조니 램(Jonny Lam)의 페달 스틸 기타를 곁들인 ‘Oh So Many Years’는 현대적인 편곡이 더해져 오히려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17세기 스코틀랜드 민요인 'Barbara Allen'은 수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곡으로 다양한 영화에 삽입되기도 했다. 컨트리 & 웨스턴에서 주로 쓰이는 피들이 등장하며, 느긋한 에벌리 브라더스 버전과 다른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한다. 노라가 리드 보컬을 맡고 밴조를 연주한 ‘I'm Here To Get My Baby Out Of Jail’은 원곡보다 더 차분한 분위기다. 노라는 특유의 따뜻한 음색으로 에벌리 브라더스 음악에서 느낀 순수한 감동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전개되는 ‘Rockin' Alone (In An Old Rockin' Chair)’는 놀라울 정도로 에벌리 브라더스와 흡사하다. 아늑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이 곡은 오래된 벽난로와 흔들 의자, 잡음 섞인 정겨운 LP 소리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바다와 카리브해 지역 음악이 떠오르는 ‘Kentucky’는 빌리와 노라의 하모니가 가장 돋보이는 낭만적인 곡이다. ‘Put My Little Shoes Away’는 자장가처럼 포근한 엔딩 트랙으로 달콤한 45분을 마무리한다. 

1년 전 약물 문제로 그린 데이의 투어 일정까지 취소하는 어려움을 겪은 빌리, 다양한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노라에게 이 앨범은 좋은 휴식임과 동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에벌리 브라더스의 멋진 하모니를 그대로 계승하고, 오래된 컨트리와 성가를 아름답게 승화한 이 앨범은 시린 마음까지 녹여줄 올 겨울의 포근한 BGM이 될 것이다. [Foreverly]가 마음에 들었다면, 오리지널 앨범도 꼭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싸이월드 뮤직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는 에벌리 브라더스 베스트 앨범은 입문용으로 적합하다.


2013년 12월 3일 싸이월드 이주의 앨범 원고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