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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Reunion 6 -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밴 헤일런(Van Halen)


원년 보컬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가 합류한 밴 헤일런(Van Halen)이 돌아왔다.  14년만의 신작 「A Different Kind Of Truth」는 지난 2월 발매됐다. 마침 일본에 놀라갔다 들른 도쿄 시부야 타워레코드 주간 차트에선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아델(Adele)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었다. 일본에서의 인기가 여전한 것 같다. 일본도 엄청나지만, 미국에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14개의 앨범은 6천만장이라는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데이빗보다 새미 헤이거(Sammy Hagar)가 익숙한 세대인 내가 고등학생일 때 「Balance」(1995)가 변형된 커버로 국내에서 발매된 기억이 난다. 밴 헤일런을 알게 된 사연도 우습다. 당시 엄청나게 좋아했던 밴드 익스트림(Extreme)의 누노 베텐코트(Nuno Bettencourt)가 존경한다는 이유 하나로 「5150」(1986) LP를 샀으니 말이다.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으로 듣기 시작한 밴 헤일런에 빠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미에 이어 데이빗 시절 음악까지 들을 무렵, 밴드는 흔들리고 있었다. 1996년 영화 ‘트위스터’ 사운드트랙에 수록할 <Humans Being>을 녹음할 당시 밴 헤일런 형제와 새미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에디는 새미의 노랫말에 불만을 가졌고, 또 하나의 곡인 <Respect The Wind>를 녹음할 때 새미는 하와이에 있었다. 이 곡은 밴드 녹음이 아닌, 밴 헤일런 형제의 연주곡으로 발표됐다.

결정타는 「Best Of Volume I」(1996)이었는데, 새미는 신작과 편집앨범 작업을 병행하는 걸 원치 않았다. 데이빗과 자신의 작품이 섞이는 상황도 불편했다. 더 큰 문제는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2개의 신곡 <Can't Get This Stuff No More>와 <Me Wise Magic>이었다. 이 곡들은 새미의 동의 없이 데이빗과 녹음했다. 곧이어 새미의 탈퇴와 데이빗의 복귀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고, 밴드는 그해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 데이빗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밴드를 탈퇴했던 데이빗이 “새미가 부른 <Jump>를 들으면 잠이 잘 오겠다”고 비꼰 10년 전 상황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밴드는 새 보컬리스트로 익스트림의 게리 셰론(Gary Cherone)을 영입했고, 데이빗은 “밴 헤일런 형제에게 이용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게리와 녹음한 「Van Halen III」(1998)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앨범이었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여러 매체에서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밴드는 1999년부터 곡 작업을 시작했는데,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게리와의 관계는 좋았지만, 수익감소로 인한 소속사의 압력으로 결국 게리가 밴드를 떠났다. 놀랍게도 2002년엔 데이빗과 새미가 ‘Sam And Dave Tour'를 펼쳤다. 또한 새미의 공연에 게리가 게스트로 참여해 듀엣으로 <When It's Love>을 노래한 적도 있었다. 이후 2003년에 새미가 다시 밴드로 복귀했고, 3개의 신곡을 수록한 베스트 앨범 「The Best Of Both Worlds」(2004)를 발표하며 투어를 펼쳤다. 하지만 에디의 건강과 여러 문제가 얽혀 투어는 순탄치 못했고, 새미는 다시 자신의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공백기를 거친 밴드는 2007년 데이빗과 재결합한다고 발표했고, 투어도 펼쳤다. 곡 작업은 이번에도 에디의 건강문제로 계속 늦어졌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작을 준비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지난 14년은 매우 험난했지만, 밴드는 다시 뛰어올랐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투어에서 제일 마지막에 연주하는 곡이 <Jump>인데, 한국에서도 높이 뛰어줬으면 좋겠다. 이번 투어에서 일본만 방문하면, 아주 서운할 것 같다.

재결성 이전 최고의 앨범


1984 (1984)
전작 「Diver Down」에 혹평을 쏟아낸 비평가들을 잠잠하게 만든 앨범이다. 차트 1위를 차지한 <Jump>와 함께 밴드의 인기도 수직상승했다. 지난 앨범들의 판매고도 급증하며 제대로 불이 붙었다. 에디의 스튜디오 ‘5150’에서 작업한 첫 앨범이며, 16트랙 콘솔 하나로 녹음과 믹싱을 마쳤다. 라이브에서 새미도 노래할 수밖에 없던 대표곡 <Jump>, <Panama>와 뛰어난 연주력을 과시한 <I'll Wait>, <Hot For Teacher>, 빠르게 전개되는 <House Of Pain>을 수록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키보드를 전면에 드러낸 밴드의 도전은 성공했고, 미국에서만 1000만장이 판매됐다.

재결성 이후 최고의 앨범


A Different Kind Of Truth (2012)
첫 싱글 <Tattoo>를 듣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는데, 앨범을 듣고 안심했다. 무리한 시도 없이 간결한 1980년대 느낌의 순수한 록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라드는 없고, 거의 모든 곡이 활기차다. 두 번째 싱글 <She's The Woman>은 전형적인 밴 헤일런 사운드를 선사하며, 빠르고 강하게 질주하는 <China Town>, <Bullethead>, <As Is>가 기존 팬들을 흡족하게 만든다. 차기 싱글로 손색없는 <Blood And Fire>, 초기 커버곡 <Ice Cream Man>이 연상된 <Stay Frosty>도 매력적이다. 50분짜리 앨범이지만 유독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수작이다. 엘범은 미국 차트 2위에 오르며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2012년 4월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