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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매끄러운 플로우와 화려한 게스트, 에이스 후드(Ace Hood)의 'Trials & Tribulations'


01 Testimony
02 Trials & Tribulations
03 Another Statistic 
04 Before The Rollie (Feat. Meek Mill)
05 We Outchea (Feat. Lil Wayne)
06 We Them Niggas 
07 The Come Up (Feat. Anthony Hamilton)
08 Rider (Feat. Chris Brown)
09 Hope
10 Pray For Me
11 Bugatti (Feat. Future & Rick Ross)
12 How I`m Raised 
13 My Bible 
14 Mama (Feat. Betty Wright)
Deluxe Edition
15 Bugatti (Remix) (Feat. Wiz Khalifa, T.I., Meek Mill, French Montana, 2 Chainz, Future, DJ Khaled & Birdman)
16 Fuck Da World
17 Have Mercy 

디제이 칼리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젊은 래퍼
올해 초 릭 로스(Rick Ross)와 퓨처(Future)가 피처링한 싱글 ‘Bugatti’로 미국 랩 차트와 R&B 차트 톱 텐에 오른 에이스 후드(Ace Hood)가 4집 앨범 [Trials & Tribulations]로 돌아왔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공격적인 래핑이 돋보이는 긴장감 있는 트랙 ‘Bugatti’는 골드를 기록하며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앨범 [Trials & Tribulations]는 8월 3일자 빌보드 앨범차트 4위로 데뷔했다. 이것은 에이스 후드가 발표한 네 장의 앨범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1988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태어난 스물 다섯 살의 래퍼 에이스 후드는 2007년 플로리다 라디오 방송국 사무실 근처에서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와 처음 만났다. 그때 에이스 후드는 칼리드에게 자신의 프로필과 데모를 건넸고, 그것은 칼리드가 설립한 레이블 위 더 베스트 뮤직(We The Best Music)과의 계약으로 이어지게 된다.

에이스 후드의 데뷔는 기대만큼 화려하진 못했다. 2008년 발표한 1집 [Gutta]는 미국 차트 36위에 올랐고,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레이 송즈(Trey Songz)가 피처링한 ‘Ride’와 비디오 게임에 수록된 ‘Top Of The World’는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디제이 칼리드의 전폭적인 지원과 화려한 게스트를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결과였다. 2009년 발표한 2집 [Ruthless]도 데뷔작과 엇비슷한 반응을 얻었다. 제레미(Jeremih)가 피처링한 감미로운 R&B 발라드 ‘Love Somebody’, 재즈민 설리번(Jazmine Sullivan)과 릭 로스가 피처링한 감동적인 싱글 ‘Champion’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독자성은 조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앨범은 미국 차트 23위에 올랐다.


2집 발표 이후 에이스 후드는 슬럼프를 겪었다. 훗날 인터뷰에서 “명확한 목표 없이 서둘렀던 두 번째 앨범 작업은 자신의 음악 경력 중 가장 재미없는 기록”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던 그는 당시 스스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여기며 힘들어했다. 그때 그를 도운 것은 레이블의 대표이자 멘토인 디제이 칼리드로 변함없이 강한 신뢰를 보여줬다.
“칼리드는 제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줬어요. 그것은 순간일 뿐이라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죠.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에이스 후드가 우리 레이블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세 번째 앨범은 스스로 비트를 선택하고, 원하는 프로듀서를 찾을 수 있게 해줬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 칼리드는 늘 저를 믿어줬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에이스 후드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새 출발을 다짐한 에이스 후드는 2011년 자전적인 앨범 [Blood, Sweat & Tears]를 발표한다. 렉스 루거(Lex Luger)가 프로듀싱한 첫 싱글 <Hustle Hard>는 믹스테잎에 먼저 실렸던 곡으로 R&B 차트와 랩 차트 10위권에 진입한다. 에이스 후드의 개인사가 담긴 이 곡은 그의 작품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고, 스스로도 그 곡의 높은 가치를 인정했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피처링한 ‘Body 2 Body’는 R&B 차트와 랩 차트에서 6위까지 순위가 오른다. 앨범은 미국 차트 8위, R&B와 랩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최고 성공작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3집의 성공, 그리고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바쁜 2012년을 보낸 에이스 후드는 올해 초 믹스테잎 [Starvation II]를 공개했다. 60만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한 이 믹스테잎은 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고, 얼마 뒤 공개된 4집의 첫 싱글 <Bugatti>의 인기를 견인했다. 한편 에이스 후드는 앨범 [Trials & Tribulations] 발표를 앞두고 ‘시대를 초월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2013년에도 사람들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와 투팍(Tupac) 앨범을 듣는 것처럼, 2022년에는 내 앨범을 들을 수 있길 원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 번째 앨범은 당찬 포부에 걸맞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인트로 ‘Testimony’에 이어 신서사이저와 하이햇 소리로 긴장감을 형성하는 ‘Trials & Tribulations’,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Trayvon Martin)과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장한 트랙 ‘Another Statistic’까지 초반부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지만 한결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We Them Niggas’는 귀에 착 감기는 래핑을 중심으로 느리게 전개된다. 매력적인 비트와 웅장함을 과시하는 ‘Pray For Me’, 역시 비트의 중독성이 돋보이는 ‘How I’m Raised’ 등은 트랩 사운드에 조금 더 근접한 곡들이다. 기타 리프와 격렬한 드럼, 환상적인 보컬 샘플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My Bible’, 믹스테잎에서 호평 받은 곡으로 딜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Fuck Da World’도 주목할만하다. 

앨범에 참여한 게스트들은 화려함을 배가시키는 수준을 넘어 각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다. 미묘한 비트 전환과 현란한 래핑, 믹 밀(Meek Mill)의 피처링이 더해진 ‘Before The Rollie’, 에이스 후드가 오래 전부터 팬이라고 밝힌 릴 웨인(Lil Wayne)이 피처링한 두 번째 싱글 ‘We Outchea’는 매끄러운 흐름을 자랑하는 곡으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앤서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이 피처링한 ‘The Come Up’은 피아노 멜로디가 특히 아름다운 곡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크리스 브라운의 활약이 돋보이는 발라드 ‘Rider’는 ‘Body 2 Body’와 같은 반응을 기대할 만하다. 마이애미 소울의 여왕으로 불리는 베티 라이트(Betty Wright)가 참여한 ‘Mama’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곡으로 가스펠 코러스와 꽉 찬 비트가 돋보인다. 에이스 후드 최고의 곡 중 하나로도 손색없는 농도 짙은 피날레다. 딜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인 ‘Bugatti’ 리믹스 버전에는 디제이 칼리드, 티아이(T.I.), 위즈 칼리파(Wiz Khalifa), 투 체인즈(2 Chainz)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총출동했다.

본격적으로 메인 스트림에 진입한 에이스 후드는 [Trials & Tribulations]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주제의 일관성과 매끄러운 흐름은 전작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화려한 게스트의 적절한 배치와 활약도 돋보인다. 에이스 후드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싸이월드 뮤직 2013년 8월 5일 이주의 앨범 원고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