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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따뜻하고 세련된 팝 앤 소울 레코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The 20/20 Experience'


01 Pusher Love Girl
02 Suit & Tie (Feat. Jay-Z)
03 Don't Hold The Wall 
04 Strawberry Bubblegum
05 Tunnel Vision 
06 Spaceship Coupe
07 That Girl 
08 Let The Groove Get In 
09 Mirrors 
10 Blue Ocean Floor 
Deluxe Edition Bonus Track
11 Dress On 
12 Body Count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저스틴 팀버레이크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냅스터의 창업자 션 파커(Sean Parker) 역을 맡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를 보며 대체 새 앨범은 언제 낼 것이냐고 투덜거린 기억이 있다. 배우로 전향해도 충분할 연기력이었지만 솔로 2집 [FutureSex/LoveSounds](2006)에서 보여준 음악적 재능을 너무 오래 묵히는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저스틴의 관심사는 ‘음악’이 아닌 ‘영화’였다. 당시 음악 매니저 조니 라이트(Johnny Wright)가 신곡 작업과 프로모션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지만, 연기에 전념할 뜻을 밝힌 저스틴은 ‘소셜 네트워크’의 성공 이후 ‘인 타임’, ‘프렌즈 위드 베네핏’,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등 다양한 영화의 주연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알차게 쌓아갔다. 올해는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그리고 밴 애플렉과 함께 출연한 ‘러너, 러너’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음악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던 저스틴은 영화 출연으로 바쁜 2010년대에도 제이미 폭스(Jamie Foxx), 더 론리 아일랜드(The Lonely Island), 프리 솔(FreeSol), 지미 펄론(Jimmy Fallon) 등 다양한 아티스트 앨범에 게스트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2012년 6월, 조니 라이트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신에게 불현듯 찾아온 음악적 영감과 앨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별다른 망설임 없이 시작된 앨범 작업은 마침 저스틴이 영화 ‘러너, 러너’의 촬영을 앞두고 있던 터라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은 오히려 예전보다 유쾌하고 자연스러웠다. 한편 저스틴은 2012년 10월 배우 제시카 비엘(Jessica Biel)과의 결혼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 그때도 음악 작업 소식은 보도되지 않았다. 그만큼 새 앨범은 빠르게, 그리고 조용히 작업을 마쳤다.

따뜻하고 세련된 팝 & 소울 레코드, The 20/20 Experience
지난 1월 15일, 저스틴은 깜짝 이벤트처럼 신곡 'Suit & Tie'를 디지털로 공개했다. 그와 더불어 공식 홈페이지에 새 앨범을 올해 안에 발매할 예정이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Suit & Tie'는 미국 4위, 영국 3위라는 준수한 성적에 전세계 아이튠즈 차트를 석권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제이 지(Jay-Z)가 피처링한 이 곡의 지향점은 클래시컬한 소울로 트렌드에 굴복하지 않는 저스틴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2월 10일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빅밴드 콘셉트로 이 곡과 ‘Pusher Love Girl’을 선보이며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내 제시카 비엘에게서 영감을 받은 두 번째 싱글 ‘Mirrors’는 2월 11일에 발매되어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멀티 트랙 보컬 하모니를 생성하는 이 곡은 데뷔작에 실린 ‘Cry Me A River’ 같은 미드 템포 발라드로 오히려 다른 곡에 비해 평범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2월 20일에 열린 브릿 어워드에서 라이브로 선보인 ‘Mirrors’는 매우 뜨겁고 화려했다.

[The 20/20 Experience]의 프로듀싱은 대부분 팀발랜드와 제롬 "제이락" 하몬(Jerome "J-Roc" Harmon)이 맡았다. 앨범은 대중적이면서도 대곡 지향적이어서 10곡이 수록된 스탠더드 에디션의 총 러닝타임은 70분을 넘긴다. 한편 럽 녹스(Rob Knox)가 프로듀싱한 ‘Dress On’과 ‘Body Count’는 딜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참고로 12곡이 수록된 딜럭스 에디션의 러닝타임은 80분에 가깝다.

숙련된 연기자 같은 모습으로 1970년대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재현하는 듯한 오프닝 ‘Pusher Love Girl’은 소울과 펑크에 기반을 둔 곡으로 레트로 신스와 귀에 착 감기는 베이스가 돋보인다. 보컬 샘플링을 적절히 활용한 ‘Strawberry Bubblegum’은 비지스(Bee Gees) 같은 팔세토 창법이 인상적인 달콤한 소울 넘버다. 프린스(Prince)를 연상케 하는 끈적하고 로맨틱한 R&B 발라드로 중반부의 기타 솔로가 매력적인 ‘Spaceship Coupe’도 팔세토 창법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아카펠라로 시작되는 ‘Don't Hold The Wall’은 다르부카와 마림바, 그리고 방그라 리듬이 차용된 이국적인 곡이다. ‘Let The Groove Get In’도 이국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Wanna Be Starting Something’과 흡사한 느낌이 있다. 복고적인 악기 편성에 조금은 음울한 신스팝 느낌이 있는 ‘Tunnel Vision’도 흥미롭다. 가볍게 튕기는 기타 리프와 두터운 코러스가 전면에 배치된 멤피스 소울 넘버 ‘That Girl’은 앨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함축한 곡이다. 백워드 매스킹이 된 것 같은 멜로디 소스에 일렉트릭 피아노가 살짝 얹혀진 슬로우 넘버 ‘Blue Ocean Floor’는 옅은 톤으로 여백을 채워가는 매력적인 클로징이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앨범을 듣다보면 “역시 저스틴!”이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전작 [FutureSex / LoveSounds]가 기대 이상의 수작이었다면 [The 20/20 Experience]는 그때보다 더 높아진 기대치에 상응하는 쾌작이다. 아울러 영민한 팝 엔터테이너의 성장과 성숙됨을 엿볼 수 있는 근사하고 로맨틱한 앨범으로 미국 차트 1위에 안착했다.


참고 앨범


FutureSex / LoveSounds (2006)
‘Like I Love You’, ‘Cry Me A River’, ‘Rock Your Body’를 히트시키며 700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데뷔작 [Justified](2002)로 엔 싱크(N Sync) 시절의 영광을 지워버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4년 만에 발표한 2집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매끄럽게 섞은 야심찬 첫 싱글 ‘SexyBack’이 영국과 미국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부터 조짐은 심상치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티아이(T.I.)가 피처링한 ‘My Love’이 ‘SexyBack’의 뒤를 이어 미국에서 1위에 올랐고, ‘Cry Me A River’에서 한층 더 진일보한 미드 템포 발라드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까지 미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특유의 팔세토 창법과 풍성한 사운드가 제대로 진영을 갖춘 이 곡은 ‘SexyBack’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일렉트로닉을 전면에 배치하여 확 달라진 느낌을 안기는 것은 오프닝이자 타이틀곡인 ‘FutureSex/LoveSound’부터 똑똑히 확인할 수 있다. 대담하고 섹시한 이 곡의 멜로디는 마돈나(Madonna)의 ‘Erotica’를 연상시킨다. ‘Sexy Ladies’는 젊고 세련된 프린스(Prince)를 만나는 기분이다. 저스틴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중독성 강한 곡이다. 7분을 훌쩍 넘기는 ‘LoveStoned’, 6분을 넘기는 ‘Summer Love’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도전하는 저스틴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곡들이다. 그리고 싱글 커트되진 않았지만 ‘Damn Girl’, ‘Losing My Way’ 등 힙합과 펑크, R&B를 넘나들며 색깔을 과시하는 곡들도 히트곡으로 손색이 없다. 엔딩으로 자리한 ‘(Another Song) All Over Again’은 강렬한 비트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부담스러운 팬들의 마음도 돌려놓을 감미로운 발라드다.

1980년대를 지배한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를 센스 있게 벤치마킹한 이 앨범은 2006년 베스트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상업적 성과도 눈부시다. 미국과 영국 차트를 동시 석권하며 1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가볍게 날려버린 수작이며 야심작이다.


싸이월드 뮤직 2013년 3월 19일 이주의 앨범 원고 [ 기사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