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2011년 음악 결산. 앨범 전체를 제대로 듣지 못한 아델(Adele)과 피제이 하비(PJ Harvey)는 결국 순위에서 빠졌다. 본 아이버(Bon Iver)와 걸스(Girls)는 막판에 순위가 급상승한 케이스. 좋은 앨범이 많은 한해였고, 덕분에 베스트를 20장이나 고를 수 있었다. 안타깝게 누락된 앨범들도 꽤 있는 걸 보니, 올해도 징그럽게 많은 음반을 샀나보다. 부끄럽다.
해외 베스트 앨범 Top 20
20. J. Cole - Cole World : The Sideline Story
제이 콜에게서는 음악적 고집과 달리 거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틀린 냉소 대신 온기가 흐르는 힙합 앨범.
19. Tony Bennett - Duets II
게스트는 엄청나게 화려하지만, 주인공은 토니 베넷이다. 85세에도 이처럼 열정적이고 멋진 앨범을 완성할 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를 뛰어넘는 노익장.
18. 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전형적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사운드를 지향하며, 클래식한 앨범.
17. Nicole Atkins - Mondo Amore
아름답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짙은 불꽃처럼 매혹적인 노래. 배역에 어울리는 연기가 중요한 배우처럼, 곡들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빛나는 앨범.
16. Dream Theater - A Dramatic Turn Of Events
유기적인 흐름과 더불어 키보드의 비중이 높아졌다. [Images And Words]와 [Metropolis Part 2: Scenes From A Memory]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2000년대에 주로 들려준 치밀하고 냉정한 메탈 사운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팬이라면 더없이 반가운 앨범. 포트노이의 탈퇴로 어수선했던 상황들이 멤버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전환점이 된 느낌이다.
15. Superheavy - Superheavy
슈퍼 프로젝트 그룹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음악성이나 환상적인 호흡이 아닌, 화려함이다. 프로 축구나 야구의 올스타전 같은 재미. 평론가들은 점수를 짜게 주지만, 리스너들의 귀는 즐겁다.
14. Friendly Fires - Pala
거의 모든 곡이 클라이맥스가 약한 반면 유별나다고 할만큼 인트로가 매력적이다. 전체적인 흐름이 푸른 바다의 부드러운 물결을 떠오르게 한다. 아름답고 상쾌하며, 덤으로 상큼하기까지 한 일렉트로닉 팝 앨범.
13. Opeth - Heritage
골수팬들의 반응은 계속 엇갈리고 있지만, 오페스는 여전히 일반적인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내년 초에 일본에서 공연을 볼 예정인데, 이후 이 앨범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12. Bjork - Biophilia
전작 [Volta]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예술성과 목소리. 어플리케이션도 흥미로웠다. 사운드와 비주얼을 함께 즐겨야 하는 작품.
11. Radiohead - The King Of Limbs
다소 뜬금없이 발매된 신작으로, 4집 [Kid A]처럼 파격적이고 실험적이었다. 일반적인 밴드 편성을 해체하고 리듬에 몰두하는, 대중성과는 거리를 둔 음악이었지만 불안과 혼란이 조합된 ‘소리의 풍경’은 묘하게 아름다웠다. 러닝 타임이 짧아 잠시 정신을 놓으면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괴작 혹은 야심작.
10. Beastie Boys - Hot Sauce Committee Part Two
드럼 머신과 샘플링, 스크래치가 주를 이루는 기본형 힙합 사운드에 록을 조합한 비스티 보이즈 본연의 스타일로 컴백했다. 화려한 피처링과 강렬한 비트는 없지만, 응집력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멋진 앨범.
9. Tori Amos - Night Of Hunters
이 앨범을 듣는 내내 행복했다. 아무나 듣지 않는 특별한 음악을 마음껏 누리는 기분, 우아한 토리 여신의 귀환.
8. Beady Eye -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
오아시스였다면 불가능했을 과정을 거쳐 완성한 앨범. 요란한 로큰롤과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곡들이 공존한다. 오아시스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은 느껴지지 않지만 의기양양하다. 리암 갤러거의 목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고, 밴드의 자유와 안정감이 느껴진다.
7. Noel Gallagher -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후기 오아시스 스타일과 노엘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앨범. 오아시스 앨범에 실릴 예정이었던 곡부터 세련된 일렉트로닉, 진일보한 팝까지 다양한 곡들을 수록했다. 게으르고 행복한 삶 속에서 우울함을 찾는 작곡방식과 영국적인 노랫말, 훌륭한 B-Side 트랙까지 한마디로 노엘다운 앨범.
6. James Blake - James Blake
처음엔 의아, 두 번째는 적응, 세 번째는 감탄.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 더 좋았던 앨범.
5. Foo Fighters - Wasting Light
올해 들은 최고의 요란한 록 앨범. 큰 기대를 안 했던 게 미안했을 정도로 좋다.
4. Florence + The Machine - Ceremonials
과거의 음악들에서 느낄 수 있던 심오함과 불쾌하지 않은 불안감, 그리고 현재의 감각이 섞인 아름다운 음악들이 청자를 강하게 자극한다. 웅장하고 신비하며, 압도적인 앨범.
3. Girls - Father, Son, Holy Ghost
이것이야말로 한없이 뜨겁거나 무기력하지만은 않은 ‘청춘의 사운드’다. 경쾌하면서도 아련한, 사랑이 시작된 것 같은 음악.
2. Bon Iver - Bon Iver
늘 기다리게 되는 음악,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기쁘다. 본 아이버는 이미 올 겨울의 BGM이 됐다. 좋은 위로가 되는 음악은 언제나 반갑고 소중하다.
1. Fleet Foxes - Helplessness Blues
놀라운 앨범이었다. 플릿 폭시즈라는 젊은 밴드에게서 은유적 비판과 위트, 세대를 넘나들며 꾸준히 청자의 마음을 두드린 순수한 포크 뮤직의 열정과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우아하고 장엄하며,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와 견고한 하모니가 돋보인다. 다정한 위로와 귀중한 조언을 건네는 오랜 동반자 같은 음악을 만났다.
국내 베스트 앨범 Top 5
올해만큼 국내앨범을 많이 샀던 적이 없다. 팝 앨범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수치지만. 이 리스트는 가장 많이 들은 국내앨범 Best 5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05. 김창완 밴드 - Darn It
산울림 시절이 좋았지... 라고 단정 짓지 말고 들어줬으면 하는 앨범.
04. 장기하와 얼굴들 - 2집
3집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음악. 잘 만든 앨범이고, 수염도 잘 깎았다. 미미 시스터즈가 빠져서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1집보다 더 밴드 지향적인 사운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03. Big Baby Driver - Big Baby Driver
청자를 자극하는 히트곡에 지쳤다면, 그녀의 잔잔한 음악은 더 아름답고 다정하게 들릴 것이다. 차분한 흐름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여 더 매력적인 앨범.
02. 검정치마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빈티지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고즈넉한 앨범. 가슴 설레는 인디 앨범이며 올해의 앨범(이지만 2위).
01.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우정모텔
흥미로운 타이틀이다. 대한민국에서 모텔은 왠지 섹슈얼한 느낌인데, 그 앞에 ‘우정’이 붙는다. 프린스(Prince)처럼 섹시하면서 한국적이고, 자유로우면서 섬세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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