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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아직도 소장중인 클리프 리처드 (Cliff Richard) 내한공연 실황 LP

나는 21살까지 대략 LP 500장을 가지고 있었다. 10대 후반부터 정말 억척스럽게 판을 모았다.
광화문, 청계천은 기본이고 LP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식하게 찾아가곤 했다.
동네 헌책방도 희귀 LP를 수집하는 최고의 장소였다.

하지만 LP를 보관하는 것에 점점 어려움을 느꼈고, 가깝게는 군대 문제도 있었다. 내 LP들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극에 달할 무렵 시대는 급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유하게 되었고,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즈음 나는 음악 감상 매체를 모두 CD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과감하게 실행했다. LP를 팔아서 생긴 돈으로 모조리 CD를 샀다. 어린 나이에 CD 300장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LP 때문이었다. 보유하고 있던 다수의 희귀 LP들을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 사갔으니까. 



비틀즈, 퀸, 레드 제플린, 도어즈 등은 전집을 소장했지만 그 또한 과감히 보냈다. 그런데도 지금 내 방에는 몇 장의 LP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LP가 이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실황 앨범이다. 



사실 굉장히 뛰어난 라이브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라이브를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에서 열린 공연을 음반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기도 했고, 어딘가 모를 정겨움이 느껴졌다. 1970년대에 발매되었으니 이젠 골동품이라 할 수 있겠다. 



수록곡은 환상적이다. 한마디로 ‘한국판 베스트 앨범’이다.

Side 1
1 Shout
2 Move It
3 It's All In The Game
4 Big Ship
5 Good Times
6 Throw Down A Line

Side 2
1 The Day I Met Marie
2 La La La
3 Lady Came From Balti More
4 House Party
5 The Young Ones
6 Living Doll
7 In The Country

Side 3
1 Bachelor Boy
2 Something Good
3 If I Should Leave You
4 When I'm 68
5 Early In The Morning
6 Congratulations
7 Visions

Side 4
1 Evergreen Tree
2 Summer Holiday
3 We Say Yeah
4 Spanish Harlem
5 What I Say
6 Dynamite
7 Lucky Lips
8 Twist And Shout
9 Toy Soldier



1999년이었던가... 이 LP를 25,000원에 팔라는 제안이 있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LP를 듣지 못한 것도 15년이 되어간다. 잡음이야 당연할테고 음악은 제대로 나올지 궁금하다. 나름 고이 보관하기는 했지만, 이미 흘러버린 시간의 흔적을 감출 수 없으니까. 

만약 내 지인 중에 당시 현장에 있던 분이 계시다면 흔쾌히 이 LP를 기증할 수 있을 텐데... 아니면 누군가에게 음원 추출이라도 부탁해보고 싶다. 고즈넉한 LP 사운드에 심취하여 음악을 즐겼던 때가 가장 좋았던 것은 분명하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기도 했던 때였고.

사실, 그립다. 그 시절의 순수하고도 미친 열정과 감성이.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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